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어시스턴트' -침묵이 던진 질문, "당신은 괜찮은가요?"

by 마도로스펫 2025. 4. 11.
반응형

한 신입 보조원의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구조적 침묵과 성차별을 조명합니다. 

《어시스턴트》 리뷰: 일상이라는 감옥 속, 침묵의 기록

"지금 당신은, 괜찮은가요?"
이 질문 하나가, 마음속을 오래도록 두드린다. 영화 《어시스턴트》는 그렇게 시작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제인'과 함께 일하고 있는가

《어시스턴트》는 화려한 영화계의 뒷모습, 그 어둠 속에 존재하는 침묵의 일상을 담아낸 영화다.
줄리아 가너가 연기한 ‘제인’은 뉴욕의 한 영화제작사에 입사한 지 5주 된 신입 업무 보조원이다.

그녀는 커피를 내리고, 프린터를 수리하고, 회의실을 치운다.
모든 일이 스크린에 오를 수 없는, 그러나 필수적인 ‘보이지 않는 노동’이다.

이 영화는 제인의 하루를 통해 우리 모두가 지나쳤던, 혹은 모른 척했던 순간들을 차분하게 들여다본다.


📸 영화가 말하는 방식: 고요하지만 날카롭게

《어시스턴트》는 대사가 거의 없다. 드라마틱한 사건도 없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제인의 눈빛과 숨소리, 작은 몸짓 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제인이 인사팀을 찾아가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고 이야기할 때였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형식적인 대응, 그리고 말 없는 압박이다.
그 장면은 마치 현대 사회 전체가 “우린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아” 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줄리아 가너, 침묵을 연기하다

줄리아 가너는 이 영화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눈빛 하나로 제인의 혼란, 불안, 슬픔, 분노를 완벽하게 전달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컴퓨터 화면을 마주하는 그녀의 표정.
희망을 품고 시작한 하루가 침묵 속에서 무력하게 스러진 그 순간, 그녀는 묻는다.

“나는 지금, 괜찮은가요?”

그 질문은 제인만의 것이 아니다.
스크린 앞에 앉은 우리 모두가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는 질문이다.


 ‘하비 와인스타인 사건’과의 연결

이 영화는 실제로 할리우드에서 일어난 하비 와인스타인 성범죄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러나 범인을 직접적으로 지칭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대신 그를 둘러싼 구조, 그 침묵의 동조자들을 조용히 조명한다.

이러한 점에서 《어시스턴트》는 단순한 고발 영화가 아닌, 사회 전체에 대한 정중하고도 날카로운 성찰이다.


우리가 얻는 메시지

  • 조용한 구조 속의 폭력
    억압은 항상 큰 소리로 오지 않는다. 때로는 조용히, 아주 일상처럼 다가온다.
  • 용기의 무게
    제인은 문제를 인식하지만,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준다.
  • 우리의 일상도 누군가의 감시 아래 있다
    “작은 권력”이 모여, “거대한 침묵”을 만든다는 사실.


《어시스턴트》는 거창한 메시지를 외치지 않는다.
대신 아주 사소한 일상들, 눈빛 하나, 의자에 앉은 자세 하나로 그 모든 걸 말해버린다.
그런 영화는 드물다.

이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이상하게도 오랜 친구와 말없이 카페에 앉아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친구의 표정에 어떤 ‘작은 무너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그때 그냥 넘겼다.

《어시스턴트》는 그런 순간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다시 묻는다.

“지금 당신은, 정말 괜찮은가요?”

반응형